비가 오면 작은 식재창은 시각보다 소리의 거리부터 달라집니다. 유리에 맺히는 빗물, 샤워 수전의 잔잔한 소리, 실내 바닥을 걷는 발소리를 서로 다른 장면으로 나누면 욕실과 바깥의 경계가 또렷해집니다. 카메라는 물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물며 표면의 변화를 기다립니다.
석재는 젖었을 때 색이 깊어지는 면과 미끄러움을 줄여야 하는 면을 구분해 관찰합니다. 창 너머 식재의 초록을 강조하기보다 실내의 낮은 채도와 이어지는 그림자를 함께 담습니다. 물을 받은 뒤 잠시 멈춰 바깥을 바라보는 세 번의 느린 전환만으로도 목욕의 리듬이 생깁니다.